000. Hard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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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Hard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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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모네anemone는 고대 그리스어로 바람을 뜻하는 아네모스ἄνεμος에서 왔습니다.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풍속계anemoneter와 어근을 공유하지요. 비단과 차를 싣고 멀리까지 다녀온 사람들이 그리 부르면 된다고 했을까요. 허약한 질감으로 피어나 강렬한 색채로 나부끼는 그 식물의 이름은 바람꽃이라고, 발칸 반도의 사람들은 아네모네라고 부르며 아도니스를 기억한다고.

 

개성있는 투어멀린 한 점을 두고 오래 이야기 했습니다. 메말랐지만 분명한 생명력, 유려하고도 환상적인 기괴함, 두려워하며 감히 다가가는 마음, 보랏빛으로 아침까지 잠 못드는 불면, 고갈되어 놓아버린 끝에 남은 퇴폐성 등에 대한 고심 끝에 백조 깃털이 날리는 아네모네 스카프링이 나왔습니다.

 

총애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구질구질한 일입니다. 고상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사냥을 즐기는 아도니스를 보러 아프로디테는 거친 갈옷을 입고 검은 숲으로 들어가기도 했다네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아도니스를 향해 아프로디테는 백조 깃털을 날리며 허겁지겁 추락하듯 내려오지 않았을까요. 너무 늦기 전에 꽃으로 환생해달라 말하기 위해서요.

 

권능과 권세를 갖춘 불멸의 존재 치고는 매번 한발 늦는 것 같고, 약하며 무능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아도니스에게만 그랬겠죠. 아프로디테는 정말 사랑을 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