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동물이 손가락을 감싸는 반지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손가락에 안달나게 매달려 있는 동물 반지를 볼 때마다 ‘부드러운 수지나 자기로 만들어 채색하는 게 훨씬 나은 소재 선택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속이나 보석은 비싸고 귀한 재료지만, 그걸로 만든다고 언제나 최선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을 만드는 데 금속만의 성질이 필요하고, 금속의 광택이 최선의 아름다움을 주는, 금속이라는 소재 채택이 필연적인 동물반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실적으로 오므린 발가락, 쉭쉭 내민 혀로 한번씩 닦아주게 생긴 콧구멍, 사랑받으려고 애쓰지 않는 무심한 표정까지 여기저기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힘든 것은 제각기의 비늘을 살리는 공정이었습니다. 세워서 붙인 비늘을 부드러운 공구로 살살 두드려가며 눕힌 것이라 작은 지렛대를 이용하면 다시 하나하나 일으켜 세울 수도 있습니다.
멸종 위기 동물이라고 하는데, 수익금의 일부를 보호기금으로 낸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대책없이 멋있기만 한 유선형의 몸뚱아리와 비늘을 만들다 보니 이런 놈은 멸종되어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그래도 오래 지구에 남아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찾아봐서 없는데 갖고 싶어서 만들고, 이런 사람들이 더 있을 것 같아서 팔게 되는 것이라 수공’업자’인 것이겠지요.
가죽으로 된 신발을 신거나 호피무늬 옷을 입고 평소보다 힘이 나는 때가 있습니다. 호주머니 안에 숨어있는 이 희귀 애완동물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에 빠져 있는 갑주를 가진 작은 동물이 내 것이라니, 그건 정말 멋지지 않나요.
월인공방 익선동 매장 문의 02-6408-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