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Yuna Book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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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Project

은퇴 후 첫 생일을 맞는 김연아 선수를 위한 선물 의뢰를 받았습니다. 책과 함께 드리고 싶다시기에 은으로 북마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지요. 누가 봐도 김연아 선수일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실루엣을 함께  추리며 은판을 두드리고 밀어 얇은 텐션을 만들어 냈습니다. 땜을 하며 고치면 빳빳함이 없어지니 가장 가느다란 톱으로 조심스럽게 그 날, 그 순간의 선을 따라 그렸습니다. 그리고 전하고 싶은 손글씨를 새겨 18K, 24K  부분 도금으로 입체감을 가진 조그만 아이스 큐브 위에 여왕님을 세웠습니다.

 

사실 팬이 스타에게 선물을 주는 것을 아직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타를 스타로 만든 사람이 보답을 받기는 커녕 선물까지 준다니요. 다만 그 마음과 태도에 감동하여,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겠다며 의뢰자를 대하곤 하죠. 그렇게 ‘일로 대하는 태도’가 한 축이 되어야만 공방이  ‘좋은 마음’, ‘진심’을 변명 삼는 실수가 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요.  그러나 이 북마크를 만드는 것은, 선물은 받는 것보다 준비하고 주는 게 기쁜 일이라는 것만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언론, 정치인, 교육기관, 각종 단체는 저마다 필요에 따라 평소 ‘어리고 젊은 여성’에게 하던 그 태도 그대로 김연아 선수의 이름을 함부러 불렀습니다. 감히 자격 없이 ‘대견해하는 위치’를 점한 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속에서 그는 재능을 연습으로 단련한 완벽한 운동 선수를 넘어 성숙하고 의연하며 존경할만한 인간으로 거듭났습니다. 속상한 날에 그를 보면 기적을 본 듯 벅차올랐고 기도하고 난 것처럼 차분한 마음 속 새로운 힘이 솟았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경애할 수밖에 없게 된 우리 모두가 그런 마음 아닐까요.

 

함께 전달했다는 책 즐겁게 읽으시고, 소중한 책장에 이 북마크가 놀기를 바랍니다. 김연아 선수, 그리고 주문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