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후의 타디스를 만들다니!! 오 이건 정말 멋진 일이었습니다. 작은 코인이지만 주문자님과 함께 닥터와 컴패니언처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실험을 했답니다.
처음에는 초승달 위에 타디스가 주차되어 있는 모양만 주문 받았습니다. 연습장에 손으로 그려주신 그림이었지만, 무엇을 원하시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어요. 초승달의 질감과 볼록한 모양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니, 배경을 샌딩하여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뒷배경이 허전한데 좋아하시는 별자리를 넣어 보는 건 어떨까요, 타디스 창문에 큐빅을 박아보는 건 어떨까요 등의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주문자님께서도 이런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답니다.
함께 한 시도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푸른색의 특수도금이었어요. 에노다이징이 가능한 알루미늄 (아이팟 바디에 쓰인 기법이에요) 과 달리 일반적으로 귀금속에는 컬러 도금이 어렵지만, 종로 바깥으로 나가 시도해 보았고 흡족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코팅이 아닌 도금이기 때문에 타디스 부분은 여전히 금속의 모든 성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금속공예 제품을 주문하는 분께서는 모든 효과를 알고서 최선의 조합을 요구하시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기법과 공구는 현업에 있는 사람들도 언제나 공부하고 새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니까요. 그래서 고객님들의 제안에 견적을 내드리는 한편, (분위기가 호의적이라면) 다양한 안을 제시하는 것 또한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료와 기술에 따라 다양한 가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고객님은 이전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주문을 하시게 마련이고, 그런 믿음은 제작하는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