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방영했던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 종영 후 갈라쇼를 여는 참가자들을 위해 제작한 핀 뱃지입니다. 전달 당일인 2017년 4월 27일 12명 모두 핀 뱃지를 착용하고 무대에 섰다는 후기를 전해 받았습니다. 사사로이 뜻을 모아주신 팬 분들도, 최선을 다해 마음이 닿기를 도운 월인공방으로서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주인 되신 열 두 가수가 무대를 위해 갈아입는 옷마다 새로 뱃지를 달며 비뚤어 지지는 않았는지 서로 매무새를 챙기던 모습은, 자신들을 무대로 일으킨 이가 누구인지 의식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신호였겠지요.
예산을 염두한 수 번의 제안과 검토 끝에 적절한 크기와 22K 금함량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눈 앞에서 영롱한 붉은 빛으로 달아오르는 916‰의 고품위 금제품의 불작업 열 두 번이 끝나자 몹시 아쉬웠습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홀리듯이 달구어진 금이나 은에 손을 뻗어 화상을 입을 때가 있습니다. 몇 년 전 동료들에게 바보같은 짓을 했다며 고백했던 날, 의외로 그런 경험이 드물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에서 은으로 넘어가고 은에서 금으로 넘어갈 때, 그리고 금속의 순도 품위가 올라갈수록, 위험한 마법의 유혹이 더 커진답니다.
외부환경이 바뀌는 것만으로 이성과 감성이 없는 물질이 인격이라도 있는 것처럼 숭고하게 보입니다. 이것은 소재 상관 없이 거의 모든 출고 제품이 얼마간은 거쳐가는 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 받은만큼만 하는 것이 프로입니다’라는 말은 적어도 우리의 공간에서만큼은 한 번 비틀린 문장입니다. 그러한 아름다움에 마주하여 모든 것에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시간짜리 최선으로 충분한 것도 있고 한 달짜리 최선도 있습니다. 그것을 잘 가늠하는 이의 생존만이 계속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미래에 최선의 기준이 더 높아졌을 때에도 과히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문해 주신 분들, 받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