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스 라줄리 구를 깎아 비늘이 감싸고 있는 비녀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비녀의 끝 지름과 길이를 정확히 원하시는대로 재단하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공이 들었던 작업이었습니다. 비녀 끝에 달린 비늘이 방울져 떨어지려 하는 물방울처럼 이어지듯 돋아나게 할지, 꽃대 끝에서 갑자기 피어날 꽃처럼 각을 줄지, 라피스 라줄리의 보이지 않는 안쪽의 모양은 어찌 할지 등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답니다. 왜 굳이 그런 재질로 특별한 모양을 만드시기를 원하는지 모든 것을 여쭐 수는 없어도, 손그림을 그려서 설명해주실만큼 구체적인 생각이 있었다면 앞으로 영원히 보이지 않을 부분의 형상에 대해서도 의논해야 하겠지요. 그런 것이 주문 제작을 하는 이유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