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드워프 킬리가 부적으로 들고 다니는 룬스톤을 주문 받았습니다. 때마침 상영중인 영화를 보러 갔고, 클로즈업 되는 장면을 보니 래브라도라이트라는 보석 같았어요. 공방에 돌아와 호빗 미술 소품 담당자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래브라도라이트가 맞다고 하더군요.
애호가들이 많은 스톤입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보석이기도 하지요. 래브라도라이트는 회색, 푸른색, 초록색, 분홍색 등 색깔이 다양합니다. 무지개 송어의 껍질을 벗겨 갓 칼을 대었을 때처럼 깊이를 달리하는 빛이 다양한 층위에서 어른거리죠. 그런데 드물게 아투명에 가까운 흰 배경색에 푸른 일렁임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가공하여 시장에서 판매할 때 ‘블루 문스톤’이라고 한답니다. 다양한 색이 나올 때엔 ‘레인보우 문스톤’이라고 하고요. 래브라도라이트는 문스톤, 선스톤 등과 가족인 보석이지만 문스톤과는 달라요. 하지만 흰 문스톤과 비슷하게 뽀얀 색이면서도 래브라도라이트 특유의 신비한 빛이 도는 것을 시장에서 그리 부르는 것이지요. 문스톤도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색깔로 흰 색이 가장 많을 뿐이지 분홍색, 오렌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감이 있답니다.
위의 내용은 이 돌을 주문하신 분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함께 돌을 찾고, 룬문자에 대해 공부하고 (영화에서 스쳐지나가는 룬문자의 모양은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어요. 그 중 킬리가 말한 뜻으로 해석되는 룬문자를 다시 써서 돌에 맞춰 그려야 했어요) 내부에 결이 많은 래브라도라이트가 깨지지 않게 조각하는 법을 찾고, 케이스까지 맞추었답니다.
Tauriel:The stone in your hand, what is it?
Kili:It is a talisman…. A powerful spell lies upon it. If any but a dwarf reads the runes on the stone, they will be forever cursed… or not. Depending on whether you believe that kind of thing. It’s just a token… a rune-stone. My mother gave it to me so I’d remember my promise.
Tauriel:What promise?
Kili:That I would come back to her…. She worries. She thinks I’m reckless.
대개의 준보석은 시장 가격이 잘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크기와 색채, 돌의 품질이 워낙 다양해서 다이아몬드 등 주요 보석과 같은 세계적인 가격 기준이 없답니다. 그래서 손에 쥐기 적당할만큼 크면서도 푸른 빛이 분명하고 아름답게 일렁이는 래브라도라이트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시장에서 패싯되어 (공식대로 보석의 각을 친) 판매되는 주요 보석이 아니라 독특한 특징을 가진 돌,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돌로 무언가를 만드시길 원하신다면 고객님께서 직접 스톤을 구해 주시고 그것을 가공하고 세팅하는 것을 맡겨주시는 게 가장 마음 편합니다. 세팅 가격을 설명드리기도 좋고요.
아참, 룬스톤을 다 만들어 포장 전에 마지막 확인을 하실 수 있도록 보내드리며 “배우에게 선물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배우인지 여쭈어도 될까요?” 물었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돌은 영화 ‘호빗’ 시리즈에서 드워프 킬리를 연기한 에이단 터너 Aidan Turner님을 위한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터너님은 촬영이 끝난 이후 타우리엘 역의 에반젤린 릴리 Evangeline Lily님께 기념선물로 극중 룬스톤을 주어 정작 본인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었답니다. 이 룬스톤을 6월에 선물했대요. 2014년 1월에 주문 받고 2월에 완성하여 발송한 제품인데 선물을 드리는 기쁨을 위해 포트폴리오 업로드를 하지 않고 있었어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작업을 해 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