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언약의 반지

《파이널 판타지 14》의 소품인 ‘언약의 반지eternity ring’를 작업하였습니다.  게임에 대해 알아보며 《파이널 판타지 14》의 초기 서비스 종료와 유저들을 환생시키듯 새로운 환경으로 옮긴 사연을 들었습니다. 맥락을 모르는 저도 장엄한 영상으로 유도하는 감동의 공식에 설득되었는데, 정말로 게임에 심취하여 전우애를 느껴왔다면 배경의 멸망과 새로운 시작이 게임 안팎으로 인생에 큰 의미를 주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세계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은 매우 특별합니다. 지구나 우주에 인격을 부여하고 무생물에 눈을 붙이면서까지 우리는 그것을 갈구합니다.

게임 속에는 ‘영원의 언약식’이라는 이벤트가 있다고 합니다. 열두 신 앞에서 함께할 것을 약속하는 모험가 둘만의 증표이고, 종족과 성별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당시 주문자 두 분께서 이사할 준비로 어지러운 공방을 굳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월인공방의 세상을 한 차례 종료하는 혼란 속에서 비슷한 고락을 함께 하셨을 두 분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생각했습니다. 반지의 메인스톤으로 채취하는 게임 속 광물의 특징에 대해 귀기울여 듣고 다양한 스톤을 검토하였습니다. 아투명한 자청색의 블루 칼세도니를 연마하여 세팅한 ‘언약의 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