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18K 화이트 골드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장미창을 만들었습니다. 위에는 로즈 골드로 만든 에마뉘엘(Emmanuel) 종, 아래에는 모거나이트가 달렸습니다. 체인에는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기적의 메달(Médaille Miraculeuse)을 연결했습니다.   원래는 연한 꽃잎같은 분홍색 보석으로 장식한 라켓을 만들어 그 안에 기적의 메달을 안치하고 싶다는 주문이었습니다. 이 작업의 주인공이 성모 마리아라면, 말 그대로 Notre-Dame은 어떠신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중에서도 특히 성모에게 바쳐진 장미창으로 라켓을...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좋아하는 의뢰인께서 붉은 가닛, 푸른 사파이어, 보라색 자수정과 연두색 페리도트 귀걸이 세팅을 의뢰해 주셨습니다.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 그 작품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를 발견하는 지적인 쾌감에 매료되신 것은 아닌가 생각하여 나스티시즘Gnosticism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영지주의靈知主義라고 하지요.   Gnosticism은 선택받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영적인 지식과 그에 기반하는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구원 방식을 논하는 일종의 (현대 기독교의 관점에서는) 이단적인 교리라고 합니다. '특별한 지식을 통한 영혼의 우주적 구속을 가르친...

1:2 비율의 직사각 블루 문스톤을 세팅하여 비슷한 비율의 사각형 구멍이 뚫린 스카프링을 구상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공방에서 디자인을 제안하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착용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고민이 아주 오랜 시간 이어졌습니다. 상시 구동되는 프로그램처럼 메모리를 차지했던 시간들을 청구하기 곤란하여, 삼인검을 잇는 다음 월인공방 기성품 삼는 것으로 공임을 갈음하였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을 모델로 도리아 양식 기둥을 세웠습니다. 한켠에 세팅한 블루 문스톤은 신의 관점에서는...

999.9 ‰의 고순도 금으로 육각형의 웨딩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종이에 그린 그림을 오려 만든 모형으로 원하시는 바를 구체적으로 지시해 주셨습니다. 제작 기한이 매우 촉박하였지만, 그 정도의 협조를 얻으면 작업자도 분발하게 됩니다.   판데믹으로 인한 금값 폭등 직전에 출고했는데, 그 후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공임을 회수하고도 남는 소장가치가 생겼습니다. 뜻깊은 약속을 증명하는 예물은 새로운 모험에 마음 한 켠 든든함을 더해주는 훌륭한 자산이기도 하다는...

아네모네anemone는 고대 그리스어로 바람을 뜻하는 아네모스ἄνεμος에서 왔습니다.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풍속계anemoneter와 어근을 공유하지요. 비단과 차를 싣고 멀리까지 다녀온 사람들이 그리 부르면 된다고 했을까요. 허약한 질감으로 피어나 강렬한 색채로 나부끼는 그 식물의 이름은 바람꽃이라고, 발칸 반도의 사람들은 아네모네라고 부르며 아도니스를 기억한다고.   개성있는 투어멀린 한 점을 두고 오래 이야기 했습니다. 메말랐지만 분명한 생명력, 유려하고도 환상적인 기괴함, 두려워하며 감히 다가가는 마음, 보랏빛으로 아침까지 잠 못드는...

오래 전 잃어버린 기억 속 펜던트를 다시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문의를 받았습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10원짜리 동전과 실탄으로 나름의 공예 작업을 시도했던 군 복무 시절의 추억을 들었습니다.   살벌한 재료로 저질렀던 불법적인 유희를 양성적인 방법으로 복원해 드렸으니, 마음 속 꾸러기를 잘 길들이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은 공공연하게 존경받는 한 어르신의 서랍 안쪽에도 같은 모델의 실탄이 숨겨져 있는 것을 저는 알고 있답니다. (윙크)...

정은으로 만든 몽당연필 펜던트입니다. 거칠게 그린 목탄 스케치처럼 만들었습니다. 의뢰인의 기획 의도가 되었을 노래와 가사를 첨부합니다.   [vc_separator type='normal' position='center' color='#949494' thickness='' up='' down='']   Here, I Stand For You   N.EX.T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그저 지쳐서 필요로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기는 싫어 하지만 익숙해진 이 고독과 똑같은 일상도 한해 또 한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   등불을 들고...

함께라면 우리는 천하무적invincible 이라는 Muse의 노래를 좋아하는 의뢰자로부터 주문을 받았습니다.   면사 레이스를 금속으로 변환하는 작업에 노련한 동료가 있어 처음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주 고생을 하였습니다. 레이스를 금속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한쪽을 오픈하여 사이즈를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제작하는 게 요령이라는 것을 주문 받을 때는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무작위로 만들어 놓고 맞는 손가락이 있으면...

첫 돌을 맞은 아이를 위해 ‘블루 워터’ 미아방지 목걸이를 주문하셨던 분께서 본인이 착용하기 위한 목걸이 제작을 의뢰해 주셨습니다. 아이를 위한 목걸이는 한쪽 면만을 돋우고 평평하게 친 뒷면을 18K 화이트 골드 난집으로 막아 미아방지용 정보를 깊게 각인하였습니다.   아이를 위한 작업과 달리 어른을 위한 새로운 블루워터는 앞뒤로 모두 입체를 돋우어 연마하였습니다. 어느 방향에서든 마름모가 보이도록 블루 토파즈를 8면체로 연마하여 18K 옐로 골드로 세팅하였습니다....

남편 되실 분께서 어린왕자를 좋아하시고 아내 되실 분께서 코끼리를 좋아하시는 예비 부부를 위해 두 분이 디자인한 결혼반지를 18K 화이트골드로 제작하였습니다. 반지 안쪽에는 연애하실 때 주고받은 문자에 서명처럼 꼭 넣었던 각자의 이모티콘을 양각으로 새겼습니다. 반지를 빼면 서로를 향하던 귀여운 격식이 손가락에 여운처럼 잠시 남습니다.   코끼리의 머리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였습니다. 여자 반지 호수가 작지만 코끼리는 같은 크기로 넣기로 했습니다. 반지 두 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