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과 농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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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과 농구대

야구공과 농구대

졸린 무지_01
졸린 무지_02
졸린 무지_03

영화 소품 작업 등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실은 조금 어렵다는 이야기.

물건을 통해 비범함을 드러내는 인물들과 그들이 헤쳐나가는 매혹적인 사건들이 그럴싸해 보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종종 해 왔지만, 매번 너무나 소시민인 것만 확인한다.

낡은 야구공같은 평범한 소품을 따라서 흐르는 일상의 결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천장에 은하수를 그릴 수 있다.
하려던 말 대신 내뱉는 토막같은 한숨을 잡아내는 잠잠한 시선이 화려한 소품이나 장엄한 음악보다 힘이 세다고 느낀다.

울적했던 서로에게 ⟪이웃집 토토로⟫와 ⟪파수꾼⟫을 추천하고 툭툭 주고받은 카톡을 허락받아 박제한다. 오락실 농구나 하고 그렇게 적당히 무료하게 살면 좋겠네.
노래만 툭 보내고, 거기에 또 한마디 첨언도 없이 답가만 보내며 새벽 한 시 퇴근길 가로등에 여위는 마음들 모두.

졸린 무지_04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호밀밭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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