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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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진학

대학원 진학

금속공예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시달리다 보니 좁아진 시야에 살 길이 하나밖에 없어 보이던 시기가 있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불시착하는 느낌으로 절박하게 원서를 제출하던 날 기대감보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도 “야 대학원 가냐? 너는 살만 한가봐?”라던 동료의 축하 겸 놀림을 떠올리면 원죄처럼 착잡한 마음이 올라온다.  예전에 🔗SAGA문을 쓸 때 비슷한 괴로움에 대해 쓴 적이 있었다.

익선동 이야기를 하며 ‘우리’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저는 이 곳에 살고 있는 분들과는 입장이 다릅니다. 제가 아무리 그분들에게 공감한다 해도, 동네 노인분들보다 더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훗날 참고할만한 기록이 되도록 버둥거리던 온라인상의 일에 현실의 사람이 끌려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 날 저는 별로 좋지 않은 밤을 보냈습니다.

2017년은 너무나 바빴다. 한 손으로는 사람들에게 빛을 보내며 “그 쪽으로 가면 돼. 먼저 가. 나도 곧 따라갈게” 외치고, 한 손으로는 정신없이 공격과 방어를 해대는 느낌이었다. 싸움은 외로웠고 탈출은 끔찍했다. 장비들이 한옥과 유기물처럼 엉겨 있었다. 공간은 물리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때 심하게 고생한 동료는 이사 후 아예 체형이 달라져서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못했다.

상대가 세게 나오면 호응해서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체득하는 동시에, 약한 이들에게는 한심할만큼 허물어지는 마음을 절감하던 시기였다. 뼈가 져렸다. 너는 살아남을 거라는 인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이미 여기가 도망온 자리였어, 나도 금방 따라갈게, 이름이 저주가 된 것 같은데…” (다시는 이런 대사같은 말을 지껄이며 살지 말자)

강강약약이 말만 멋있지 당사자라면 진짜 미치겠는 성격이다. 보통은 살면서 사회문제같은 것에 정면으로 맞설 일이 잘 없으니 그냥 짜증 많은 소시민으로 산다. 그렇게 자기를 모르고 살다가 한 번 제대로 맞아보니 뇌에 피가 싹 도는데, 일이 끝나고 나면 이름이 무거워져 있어서 어색하다. おれは 대단하신 분이라고 소개하던 놈들이 제일 먼저 토끼했다. 클리셰인데 겪어보니 そんな 매웠다.

아무튼 간절하게 원하던 평범한 일상을 찾겠다며 피신한 곳이 학교이고 보니, 그런 일들이 일어난 것은 과연 꽁생원 성미 탓인 듯. 어정쩡한 체면과 부질없는 실사구시… 커피믹스로 배를 채우는 법을 알려주던 미싱 언니들이나, 이사 후 함께 밥 먹던 사람들이 없어지자 혼자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드시다 돌연 멀리 가버린 어르신들이 떠오르는 날이면 등하교길을 저어 간다.

하지만 괜찮다. 바보의 심신회복에 저렴이 학식과 벤치 낮잠이 특효라서. 과실에서 로봇춤을 추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게 행복하다. 입학할 때는 만신창이였지만, 시작보다 마무리가 괜찮은 학생이 되기를…!

[2014] 왜 학습의 순서가 이렇게 배치되었는지
[2016] 스펙트럼을 배회하는 스펙터
[2019] 이사한 공방에 어느날 분노한 예술가가 찾아왔다
돌이켜 보니, 그 행패는 차칸 행패였읍니다
급한 전개 (연쇄 횡령범 발바리)

…이러고 떨어져서 재수함ㅋ

[2021] 맨날 혼자 늦어서 시작을 잘 기억하는 것

…그렇게 수능 시험장에도 지각했다고 한다.

[쿠키] 혹시 네가 그 한반도 구렁이였냐?

대학원에 와서 어렸을 때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캐쥬얼함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직장을 다니던 녀석들도 학위 핑계 대고 휴직하고 도망오는 시기였는지…
그간 고생 많았다며 사주는 음료수를 한모금 들이키고 물어본다.

“혹시 네가 그 한반도 구렁이였냐?”

정직한 사랑과 정확한 미움을 주고받고 싶다.
이왕에 무관심하지 않기로 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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