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Oct 대학원 진학
금속공예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시달리다 보니 좁아진 시야에 살 길이 하나밖에 없어 보이던 시기가 있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불시착하는 느낌으로 절박하게 원서를 제출하던 날 기대감보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도 “야 대학원 가냐? 너는 살만 한가봐?”라던 동료의 축하 겸 놀림을 떠올리면 원죄처럼 착잡한 마음이 올라온다. 예전에 🔗SAGA문을 쓸 때 비슷한 괴로움에 대해 쓴 적이 있었다.
2017년은 너무나 바빴다. 한 손으로는 사람들에게 빛을 보내며 “그 쪽으로 가면 돼. 먼저 가. 나도 곧 따라갈게” 외치고, 한 손으로는 정신없이 공격과 방어를 해대는 느낌이었다. 싸움은 외로웠고 탈출은 끔찍했다. 장비들이 한옥과 유기물처럼 엉겨 있었다. 공간은 물리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때 심하게 고생한 동료는 이사 후 아예 체형이 달라져서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못했다.
상대가 세게 나오면 호응해서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체득하는 동시에, 약한 이들에게는 한심할만큼 허물어지는 마음을 절감하던 시기였다. 뼈가 져렸다. 너는 살아남을 거라는 인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이미 여기가 도망온 자리였어, 나도 금방 따라갈게, 이름이 저주가 된 것 같은데…” (다시는 이런 대사같은 말을 지껄이며 살지 말자)
강강약약이 말만 멋있지 당사자라면 진짜 미치겠는 성격이다. 보통은 살면서 사회문제같은 것에 정면으로 맞설 일이 잘 없으니 그냥 짜증 많은 소시민으로 산다. 그렇게 자기를 모르고 살다가 한 번 제대로 맞아보니 뇌에 피가 싹 도는데, 일이 끝나고 나면 이름이 무거워져 있어서 어색하다. おれは 대단하신 분이라고 소개하던 놈들이 제일 먼저 토끼했다. 클리셰인데 겪어보니 そんな 매웠다.
아무튼 간절하게 원하던 평범한 일상을 찾겠다며 피신한 곳이 학교이고 보니, 그런 일들이 일어난 것은 과연 꽁생원 성미 탓인 듯. 어정쩡한 체면과 부질없는 실사구시… 커피믹스로 배를 채우는 법을 알려주던 미싱 언니들이나, 이사 후 함께 밥 먹던 사람들이 없어지자 혼자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드시다 돌연 멀리 가버린 어르신들이 떠오르는 날이면 등하교길을 저어 간다.
하지만 괜찮다. 바보의 심신회복에 저렴이 학식과 벤치 낮잠이 특효라서. 과실에서 로봇춤을 추다가 웃음거리가 되는 게 행복하다. 입학할 때는 만신창이였지만, 시작보다 마무리가 괜찮은 학생이 되기를…!
[2014] 왜 학습의 순서가 이렇게 배치되었는지
기초 수학 교육의 가장 아름다운 지점은 '왜 학습의 순서가 이렇게 배치되었는지' 학생 스스로 깨닫는 순간인 것 같다.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June 6, 2014
[2016] 스펙트럼을 배회하는 스펙터
대학에서 공예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걸까. 대학(원)생들 레포트 쓰고 발표 주제 한대서 인터뷰 해 줄 때마다 몰래 촬영, 녹음 발견해도 쫓아내지 않고 끝까지 도와주고 언제나 "수업 한 번만 청강하게 교수님께 부탁해 주세요" 했는데 다 소식 없었다.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October 30, 2016
정규 교육 받을 돈도 여유도 없는 마당에 학생 작가님들 졸전과 숙제를 해 드리며 학교 교육의 목적과 한계의 끄트머리를 잡고 수업시간을 상상한다. 신문 공개된 수능 문제 심심풀어 보며 목적과 의도 정리 게임 하듯이, 돈도 조금 벌고…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October 30, 2016
[2019] 이사한 공방에 어느날 분노한 예술가가 찾아왔다
홍대 공예과 대체 뭘까… 그냥 아무나 돈 내면 들여보내 주는 게 대학원이다, 그 돈을 냈는데 자기가 석사 하나 못 따는 게 말이 되냐, 이걸로 직업을 할 수도 없어 보이는데 논문 힘들어 죽겠다는 예술가님이 맡겨놓으신 홍대 석사 학위…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August 24, 2019
물론 이 모든 문제 중 내 교만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하여 부탁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너무나도 인간이 아니어 보인다. 과연 인간의 언어를 들을 자격이 있는가, 그에게 너무 과분한 일이 아닌가 이런 고민을 할 지경이기에…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August 24, 2019
많이들 실무가 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대학에 가보고 싶고 대학원에도 가보고 싶다. 어디 나열할 일은 없겠지만 원리를 제대로 터득하고 계보를 외우며 이론을 배우고 싶다. 교육을 냉소하지 않기에 모교의 권위를 조롱하는 그가 밉다. 남의 학교지만 보수적인 나의 내면이 긁히는 기분이다.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August 24, 2019
돌이켜 보니, 그 행패는 차칸 행패였읍니다
고등학교때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진학을 권유받았었다. 마음 속 꿈의 교육기관인 그곳에 진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리 국립대 학비를 감안해도 통학이나 자취 견적이 짜이질 않았는데ㅠㅜ 미술 대학 수업을 청강하는 대학원생이 될 수도 있다는 선택지도 있었다니 신기하다.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August 29, 2019
입학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나는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 대학원 간드아 했지만 등록금을 듣고 보니 제가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었네요…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호언장담하면 안된다…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September 2, 2019
급한 전개 (연쇄 횡령범 발바리)
어제 오늘 과연 통학이 가능할 것인가 공부하는 동안 어느정도까지 궁핍해질 수 있는가 갑갑했는데, 학교 행사 있으면 인형탈 쓰고 붕어빵 장사도 하고 학교 굿즈 기획해서 생협에 제안도 하며 그럭저럭 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부왕 마젤톱 힘내부앙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October 12, 2019
저는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라 대학원을 두드린 건데요;; 대체 미대라는 곳에서는 어떤 애들을 뽑아서 무슨 공부를 가르치길래 하나같이 몸과 마음이 상해서 종로 수리방이나 저에게 졸작을 해내라며 삿대질을 하는지 모르겠다 했고 탄식같은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일찍 죽어요 애들이…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October 22, 2019
이미 상업적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보이는데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 기성품 출고는 그럭저럭 하는데 주문제작은 제작 중에 실력과 구상이 갱신되어 출고지연이 잦습니다 장인놈들 사실 변명 많은 연쇄 횡령범 아니겟서요… 면접장 나만 빼고 웃음바다 됨ㅠㅜ 하지만 실제로 진짜 괴롭다 흑흑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October 22, 2019
…이러고 떨어져서 재수함ㅋ
[2021] 맨날 혼자 늦어서 시작을 잘 기억하는 것
페북 가입의 충격은 훗날 생생하게 기억날듯. 맨날 혼자 늦어서 시작을 잘 기억하는 것 같다. 중학교 들어가서 혼자 알파벳을 처음 배우고 d 다음 글자 대소문자 외우는 게 정말 압박스러웠다. 어떻게 반에서 진짜 쌩으로 모르는 게 나 한 명인지ㅠ 학교가 배우는 덴데 공부를 왜 미리 해 오냐구…ㅠ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February 20, 2021
수능 초중고 12년 공부의 결실… 이라고들 했지만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계속 열심히가 되나. 1갑자 60년 철사장을 해도 무공 베이비인데 0.2갑자로 유난은 싶어서ㅋ 0.2갑자나 0.01갑자나 깜찍이소다 키재기라 안 늦었다고 생각했음. (돌이켜보면 늦긴 했고 무지가 특효약인 케이스ㅋ)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February 20, 2021
…그렇게 수능 시험장에도 지각했다고 한다.
[쿠키] 혹시 네가 그 한반도 구렁이였냐?
대학원에 와서 어렸을 때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캐쥬얼함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직장을 다니던 녀석들도 학위 핑계 대고 휴직하고 도망오는 시기였는지…
그간 고생 많았다며 사주는 음료수를 한모금 들이키고 물어본다.
“혹시 네가 그 한반도 구렁이였냐?”
눈치가 없는 청소년이었지만 한명이 작정하고 주도하는 적대적인 분위기에는 질식할 것 같았다. 현실에서는 그 미묘한 분위기에 굳이 참견하고 편 들어주기보다는 거리를 유지하는 애들이 대다수였고. 그런 친구들은 원망하는 것보다는 자책이 편했는데, 그 하강곡선은 어느날 어이없이 완화되었다.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February 20, 2021
그런데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하네 진짜 너네 그만 좀 해라" 이런 내용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중 최고의 힐링은 "방주가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설사 맞다 쳐도 한반도에 서식하는 구렁이는 독이 없다. 이왕 까려면 공부하고 까길 바란다"ㅋㅋㅋㅋㅋ 그게 지금까지 너무 고맙고 웃기고 힘이 됨!ㅋㅋ
— 띠용을 찾느라 (@wol_in_) February 20, 2021
정직한 사랑과 정확한 미움을 주고받고 싶다.
이왕에 무관심하지 않기로 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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