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인생도처유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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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인생도처유상수

주간경향 1257호, 2017

인터뷰 | 인생도처유상수

노인들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쪽방과 비가 새는 기와집, 골목을 들어서면 어둠으로 이끌 것 같은 미로의 마을이 송씨가 자리를 잡던 무렵 익선동의 모습이었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서까래를 털어내고 가게를 꾸며 ‘월인공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방 이름에 대해 송씨는 “월인(月印)이란 말은 거울이다. 월인천강지곡에서 그리듯 하늘의 달도 거울이고 그것이 비친 강물도 거울이며 바라보는 사람도 거울인 것이다. 그런 뜻을 담고 싶었다”고 들려줬다.

월인공방의 홈페이지(wol-in.com)에는 그가 바라는 공방의 의미와 지향점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한 사람의 성장을 위한 시도의 책상에서 / 배움을 위한 모두의 학교이자 울타리 / 경시 받는 이들이 팔목을 맞잡은 연대의 방패 / 흩어진 우리를 찾기 위해 공중에 띄운 안테나.” 결국 스스로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시도한 월인공방의 공예 책상은 드나드는 사람들이 보석과 세상을 이야기하는 학교가 됐고, 모든 차별주의에 맞서려는 노력의 출발이 됐으며, 자기 자리에서 밀려나 떠도는 이들이 소식을 들으려 귀를 기웃거리는 안테나가 되고 말았다. …(중략)…

“보석의 모양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 커팅도 빛의 투과와 반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면서 원석을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된 결과이다. 다이아몬드나 루비 등 값비싼 보석은 그 속성 때문에 만들어지는 모양이 결정돼 있다. 보석을 보는 방법도 학습이 필요하다. 배우고 알 때 이제껏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에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이 보석에 대한 송씨의 지론이었다.

인류가 왜 특정한 물질에 집착하고 가치를 부여했는지에도 역사적이고 물리적인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배워야 알 수 있고, 알아야 제대로 가치를 감상할 수 있으므로 보석상의 테이블은 학교와 같다고 비유했다. 송씨는 더 나아가 “오팔의 인광을 보면 인(燐)이란 원소를 떠올릴 수 있다. 생명체의 모든 세포는 인을 가지고 있어서 지구상의 생명은 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빅뱅 이래 우리는 우주와 함께 그 물질을 나눈 셈이다. 보석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그것을 깨닫게 되는 어느 순간 아름다움에 눈을 뜰 수 있고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첨언: 이 인터뷰는 진행 당일 갑자기 요청 받아 성사되었습니다. 제조 실력도, 판매 경험도 미천하여 거듭 거절하며 수상 경력이 있는 기능장이나 귀담아 들을말한 말씀을 해 주시는 업계 원로를 인터뷰이로 추천하였습니다. 그러나 코 앞에 도래한 자유기고가의 마감 일정을 한 번만 도와달라는 부탁에 그만 자영업자의 동병상련이 들어 수락하고 말았습니다. 얼굴을 가리는 선에서 타협하였으나 준비 없이 받은 질문의 답변들이 몹시 민망합니다.

인터뷰어가 선별하여 다듬는 녹취는 인터뷰이의 본래 의도를 조금 선해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송씨가 익선동에서 만났던 그의 이웃들 모두가 마음에 보석을 지녔다고 했다”는 문장은 너무나 저답지 않아 발언한 적 없음을 덧붙입니다. 본인은 그러한 방식으로 서정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직업 특성 상 업계인과 대화 시 때로 인간을 특정 소재에 비유하기도 한다, 광물은 인간 군상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는 취지가 잘못 기록된 것 같습니다.

위의 취소선 삭제한 문장은 발언한 적 없습니다. 오팔의 인광(燐光, phosphorescence)에 대해 공부하던 2014년 접한 초신성 관련 뉴스를 떠올리며 별의 잔해를 나누어 가진 인간과 보석에 대해 발언하였던 것이 잘못 전해진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먼지에서 우주먼지로, 당신은 별의 아이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세포 기반은 아니며, 핵소체 또는 인(仁, nucleolus)이라고도 불리는 세포기관은 생명체를 이루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황 등 원소 중 하나인 인(燐, P, Phosphorus)과는 다릅니다. 발언한 적 없으며, 과학적으로도 틀린 문장입니다.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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