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Starry 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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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Project

플래티늄 950에 12개의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과 프린세스 컷 다이아몬드를 별조각으로 세팅하여 둘렀습니다. 18K 화이트골드로 세팅되었던 결혼반지를 조심스럽게 열어 보석들을 다시 살린 것입니다. 대부분의 주얼리는 아무리 사진을 찍어 보정을 해도 실물의 아름다움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본 반지는 그 격차가 유달리 큰 편입니다. 고전 주얼리의 정점을 장식하던 오래된 장식 기법이 연이었을 뿐인데, 별을 따다 장식한 왕관이 되었습니다. 간결한 구성이 언뜻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화려한 기교로 격파되지 않는 뻔한 품새와 같은 존재감이 있어 작업에 참여하면서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월인공방이 사과문을 요구받고 법적 분쟁에 이르기까지의 갈등의 속에서 문의 받았던 이 반지는 단순한 주문 완수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공방에 머물렀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통상 결례라고 하는 정도를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주문자들에게만 전달된 어떤 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과문에 언급된 ‘바로 그 숙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모든 일에 굳이 저의라는 것이 있다면, 사과문에서 드러나는 저희의 일관되고 부단한 일상과 같이, 모든 물건이 생각보다 큰 책임감과 사려깊은 고민 속에 만들어져 왔음을 의심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과거와 미래의 주문자를 향한 보고일 것입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린 끝의 재시도와 자책이 연이었습니다. 판매해야 하는 재화에 폭풍 속의 촛불처럼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여 애지중지 하는 것은 때로 프로로서의 자격미달을 시인하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장인정신이라고들 포장하는 집착은 실은 어느 정도 횡령이라고 생각합니다. 뉘우침과 감사를 담아 드린 식사권으로 새로운 결혼반지의 주인이 되신 서로를 축하하시기 바랍니다. 탑클라우드에서 내려다 보이는 그 곳에서, 조망으로는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