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Q

허술한 질서

자주 받는 질문들

공방을 운영하며 주문과 관련 없이 세 번 이상 자주 받은 비슷한 질문들을 정리했습니다. 질문과 답변은 언제든 추가되거나 수정될 수 있습니다.

금속공예 체험 공방 하나요?

하지 않습니다.
이 곳은 체험을 구매할 수 있는 안락한 곳이 아닙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실수를 이해하고 싶지 않을 가격이 지불된 의뢰를 부차적 업무로 두는 것은, 고객과 친근해지는 것만큼이나 태업입니다. 결과물로만 평가받기 위해 함께 하는 모두가 곤두서 있습니다.
남에게 무언가 가르칠 실력도 되지 않습니다. 매번 새로운 책과 공구, 기술과 소재를 접하며 역부족을 절감합니다. 다른 훌륭한 분들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의 체험을 돈과 교환할 시간에 어느정도 소질이 검증된 스스로를 도야하고 자문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나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식사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상담은 월인공방 탁자 위에서만 합니다.
손님에게 대접을 받으면 마음 빚이 생기는데, 견적가에 반영하기 곤란합니다. 다 제가 공사를 구분하는 힘이 부치는 탓입니다.
술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없는 사업 자산 중 그나마 중요한 안구에 술을 섞지 않기 위해 업계 어른들의 술잔도 거절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물건을 받으시고 값을 치러 주시면 그걸로 알아서 사 먹겠습니다.

진학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저도 어디 변변하게 예체능 관련 학과를 졸업한 게 아니라 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동네에 취미반이 있어서 시작했습니다. ‘금속공예 작가’라고 프로필 단 다른 분들 약력을 통해 원하시는 대학과 학과를 확인해 보고 정중히 인터뷰 요청을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나이 들면) 이런 공방을 차리고 싶어요

젊은 체력으로 시작해도 버겁습니다. 수익 걱정 없이 취미 삼아 무언가 만드는 공간을 갖고 싶으신 것이라면 생업으로 부단한 입장에서 부러운 일입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가 되길 원하시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여건으로라도 되는대로 시도해 보시고 본인의 역량을 가늠해 보시는 것이 좋겠지요.
혹하는 마음은 휘발성이라 두드려보고 다리를 건널 수 있는 사람이 돌다리를 잘 두드려보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게 또 좋은 일일 수도 있고 그런 것 같습니다.

왜 월인공방이라 이름지었나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질문하는지에 따라 다르면서도 타당한 답변이 열 가지는 넘게 나올 수 있는 물음이라 직접 대면하여야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상호를 고민하는 모두가 할 법한 자문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가장 가벼운 층위의 답변은, 모든 글자에 동그라미가 들어가는 이름은 좋은 인연의 징조라며 해 왔던 농담을 출근하면서 하고 싶었습니다.

월인공방 사람에게 보석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세팅을 위해 공방에 방문해 달라는 첨언이 있었을 것입니다. 일 없이 사람을 오라 가라 할 수 없으니 나름대로 궁리한 왕림 요청입니다.

보석은 판매하는 것이라 원칙적으로 값 없이 공방을 나가지 않습니다. 방문해 주시는 수고를 대가로 달아놓은 것이니, 먼저 물건을 떠넘긴 결례를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초대에 응하여 주십시오.

그것의 색과 모양, 의미를 단초로 전해야 할 이야기를 풀어드릴 수 있도록 방문을 예약하여 주십시오. 간곡한 일인가 봅니다. 부탁드립니다.

차나 커피를 파나요?

이 곳에 온 방문자는 누구라도 손님으로서 대접받을 수만 있습니다.

한옥 서까래 밑 공간에는 언제나 냉기가 서려 있기 때문에 여름에도 보통 따뜻한 차를 냅니다. 찻집이 아니라 가짓수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차 맛이 좋다면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 소분하여 드리지, 팔지는 않습니다.

주인의 위신을 세워주는 손님 역할을 벗을 수 있는 방문자는 없습니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공방을 방문하시는 분들께도 다른 손님에게와 같이 대접하는 이유입니다.

저희 학교/과 동문이신가요

아니요.

왜 작업 과정을 공개하지 않나요

작업을 의뢰한 고객이 결과물을 위해 착수금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제3자에게 과정을 중계하며 뽐내거나 인정받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노력과 시도는 일의 완수 후 알아주는 고객이 있으면 감사한 일이지, 공방에서 내세우면 고객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불만 접수를 망설이게 하는 긴장의 빌미가 될 뿐입니다.

매번 새로운 작업을 버겁게 수행하며 생각보다 많은 소재와 공구,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단어를 친절하게 풀어 쓰지 않는 전문적인 협업자들과 맡은 일의 완수만을 위해 경주합니다.

때로는 3주 주문의 보름동안 거의 완성해 두었다가 더 나은 기술을 발견하여 엎어버리고 남겨둔 1주로 더 훌륭한 결과물을 내기도 합니다. 때때로 귀한 보석이 주인 아닌 눈을 타지 못하게 지키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은 마케팅이나 홍보의 도구로 쓰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예약 없이 방문해도 되나요

익선동 166-8번지에 위치한 월인공방은 고객 상담과 사무, 서류 작업을 위한 공간입니다. 간단한 작업을 위한 세공 책상이 있긴 하지만, 실제 작업을 위해서는 주변에 위치한 작업실에 가거나 외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출근했지만 자주 셔터가 내려져 있습니다.

오시는 길에 맞추어 공방 문을 열어놓고 찻물을 끓이며 기다릴 수 있도록, 반드시 예약을 하여 약속하신 시간에 방문하여 주십시오.

LGBTQ를 위한 주문도 받나요

네.
월인공방은 호모포비아 등의 차별주의자와는 공구를 함께 쓰지 않고, 거래도 하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난 소재는 지구의 모든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개업 이후 일관된 입장입니다.

원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 같습니다

공방에서 제작해 드리는 물건의 주인은 당신이며, 제품은 당신을 다른 주인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혹시 대중문화의 ‘정상인’을 기준삼아 스스로를 재단하고 있다면 그만 두십시오. 매체 생산자의 협소한 지인들을 웃음거리로 소모하기 위한 단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이들만이 월인공방을 찾아올 수 있도록 길을 좁히고 숨겨두었습니다. 이미 세평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만한 분이니, 어떤 것을 만들고 싶은지에만 집중하십시오.
여력이 된다면 함부러 들이밀어진 잣대를 손으로 움켜 쥐고 빼앗아 자세히 보십시오. 반면교사로 삼아 타인을 속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만 노력합시다. 누구라도 그런 이에게 선물받고 싶을 겁니다. 받는 사람이 자기 자신인 경우에도.

제품을 직접 볼 수 있나요

월인공방 오프라인에는 제품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지 않습니다. 재고가 있다면 꺼내어 보여드릴 수 있겠지만, 이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전화나 메일로 문의 주십시오.

처음에는 익선동 작업실 옆에 월인공방 사무실을 개업하며 제품의 진열을 위한 공간과 장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러나 버려져서 조용했던 우리 동네는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며 대비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방문객들이 많아졌습니다.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평가할 권위를 스스로에게 부여하였으니 친절하게 설명하라는 민속촌 디오라마 되기의 요구를, 당분간은 차단하여 우리 모두와 고객을 지키고 돈을 조금 덜 벌고 덜 유명해지겠습니다.

익명의 악담과 의뭉스러운 혼잣말, 그리고 온갖 역한 소리들에 개의치 않을만큼 건강해지면 조금씩 진열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