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길을 묻다

주간경향 1240호, 2017

기사 |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길을 묻다

새로 입주한 젊고 참신한 디자이너들과 오래 살아온 주민들의 삶이 개선돼 어우러지는 환상을 품기는 아직 이르다. 명백히 후자가 예산배분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시는 주민들의 자치를 촉진한다며 ‘도시기획단’을 운영하지만 가난한 주민들이 아니라, 시와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청년 창업가들이 주도가 되며 이들은 또 다른 외지인이다. …(중략)…

하이라이트는 한옥보존지구로 선정돼 오랫동안 재건축이 제한돼 있었던 익선동이다. 시간이 멈춘 고즈넉한 한옥거리는 카페와 옷가게 공방 들이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한옥이 상가로 바뀌면서 원래 살던 기초생활수급자들이나 노인들은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3년 동안 원주민의 30%가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의 가난한 삶이 전시돼 관광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윤리적 비판도 제기된다.

참여와 열정 속에도 갈등은 존재

뉴타운처럼 대기업 민간자본이 들어서지는 않지만 외지인이 기획부동산 형식으로 개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획단’이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2014년 박한아씨와 박지현씨가 운영하는 ‘익선다다’ 팀을 통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창업공간으로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익선동을 홍보하고 창업을 문의하는 사람들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해 왔다. 익선다다팀의 중개를 거쳐 골목은 카페와 레스토랑 등 특색 있는 점포로 탈바꿈했으며, 젊은이들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익선다다는 월매출 1억5000만원을 올리는 업체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는 동안 임대료도 오른 것은 물론이다. 2015~2016년 사이 66m² 기준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 130만~150만원이던 월 임대료는 15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10%가 오른 셈이다. 한편 서울시의회에 익선동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 내 한옥보존정책 반대 청원이 제출돼 있다. ‘머니게임’의 소용돌이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청년 창업가들의 열정, 자치, 참여 등으로 포장된 개발에도 갈등은 존재한다. 오히려 참여와 열정을 표방하고 시는 뒤로 물러서기에 갈등상황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도 발생한다. 지난 3월 익선동에서 공예품을 제작하는 월인공방은 트위터를 통해 익선다다팀을 비판했다. 낡은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이곳에는 카페·레스토랑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지하클럽 ‘별천지’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소음과 분진 등 주변 상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익선다다팀의 사과 요구에 월인공방 사장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고 지난달 계정을 삭제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저는 익선동이 주거공간으로만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옥의 삶은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만약 정책적으로 상업시설이 이곳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누군가의 일상을 보존한다는 미명 하에 박제하고자 했다면 오히려 윤리성에 의문을 제기했을 것이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이 지역이 변화하거나 보존되는 와중에 누군가의 삶이 명백한 불법의 방식으로 갈려 나가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가 저여도 괜찮지 않을까 했을 뿐이다.”

서울시의 문화거리 조성 역시 획일적 잣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도시연구자 제니(jenny·필명)는 지난 7월 15일 허핑턴포스트에 ‘친절한 원순씨의 서울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은 퀴어뿐일까’란 제목의 글을 기고해 비판했다.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낙원상가 일대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게이 전용 술집 등 퀴어들의 공간은 ‘불순한 것’으로 지워지며, 깔끔하고 번듯한 상업·문화시설로만 거리를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자체의 돈 따먹기’로 변질된 도시재생의 사업구조는 ‘선의’로 무장한 지역의 활동가부터 예술가, 정치인, 부동산 사업가까지 너도 나도 ‘내가 꿈꾸는 도시’에 필요한 예산을 따오기 위한 투쟁의 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면서 “도시재생사업이 서울(혹은 도심)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수도권으로, 신도시로, 지방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어메니티(amenity)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건설사들이 문화기획자로 변했고, 아파트가 공방과 카페로 변했을 뿐, 결국은 원주민보다 상업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앞세우는 방식은 “과거의 도시 재개발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잔인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