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뜨는 동네의 공식

VOGUE 253호, 2017

논평 | 뜨는 동네의 공식

주거지는 주거지대로, 상업지는 상업지대로, 언제까지나 경계가 구분되길 바라는 건, 그러나 헛된 욕심이다. 나의 불만은 오히려 철물점과 세탁소를 헐고 들어오는 업종이 왜 죄다 카페, 빵집, 소품 숍인가 하는 것에 가깝다. 그중 태반은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소꿉놀이를 하겠다는 건지 모를 정도로 내용이 허술하다. 아 참, 그들이 파는 건 물건이 아니라 ‘감성’이라던가? 식도락 힙스터들은 흙도 먹는다던데, 잘 디자인된 간판을 눈으로 뜯어먹게 해주는 것도 서비스라면 서비스겠다. 아무튼 고만고만한 가게가 끝없이 늘어선 팬시한 동네를 거닐다 보면 오래전 뉴욕에서 자영업을 했던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중국인이 장사를 해서 대박이 나잖아? 그럼 다른 중국인들은 그 블록에서 같은 아이템으로 가게를 차리지 않아. 상권을 보호해주는 거야. 유대인은그 건물을 사지. 한국인? 바로 옆에 비슷한 가게를 내고 자기들끼리 싸워.”

물론 건물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시는 요 몇 년 낙후된 지역에 대해 전면 재개발보다 도시 재생이라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는데, 그 사이 일반인들이 도시 공간 기획자라든가 지역 활동가, 감성 디자인 그룹, 무슨 무슨 프로젝트 팀이라고 스스로 이름을 짓고 낡은 건물을 사들여 가게, 스튜디오, 호텔, 클럽 같은 것을 짓고, 나아가 블록을 통째로 상업화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놓고 자기 이름을 내세우지 않을 뿐, 곳곳에 제2, 제3의 ‘장진우’들이 있다.

누군가의 말대로 ‘취향 있는 돈’이라 불러도 좋겠다. ‘취향 있는 돈’은 올 초 익선동 상인들끼리 불법 건축과 소음 문제 등으로 온라인 설전이 벌어졌을 때 나온 표현인데, 요즘 서울의 트렌디한 동네를 지배하는 어떤 움직임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막는다고 젠트리피케이션이 막아지는 건 아니다. ‘취향 있는 돈’ 을 먹여 살리는 게 바로 ‘인스타 셀럽’과 ‘힙스터’들이다. ‘홍제동 로브남’을 향한 원망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지역 풍경의 급속한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향하는 바는, 이제 누구나 예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