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미얀마 모곡산 루비 & 여행

기고 | 미얀마 모곡산 루비 & 여행

미얀마 모곡산 루비 & 여행

– 송진경 월인공방 대표

출장이나 휴양으로 외국에 갈 때 고가의 귀중품은 집에 두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월인공방에서는 구매자에게 반대의 조언을 한다. 보석을 금고 그늘에만 두지 말고 다양한 광원으로 자주 감상하라는 것, 나아가 외국 여행을 갈 일이 있다면 소심하게라도 잠시 꺼내 색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해 달라는 것이다. 역사와 신화 속의 주인공처럼 보석을 부적 삼아 여정을 함께 해달라는 부탁이다.

수많은 보석 중 루비, 특히 대리암을 모암으로 자란 미얀마 모곡산 루비는 햇빛의 비가시광선과 반응하여 숯덩이같은 붉은 빛을 뿜는다. 최상질의 미얀마 모곡산 루비를 소유하는 일은 특별하다. 계절에 따른 광량의 변화를 느끼며 자전을 상상하고, 타국의 태양 밑에서 낯설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위도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왔음을 체감한다. 지구인 각성의 시작이다.

현란한 인조석의 시대, 생명의 근원에 반응하는 미얀마 모곡산 루비의 소유자를 찾는 일은 매번 감동적이다. 너무 높은 곳에 심미안을 둔 죄로 여행지의 소중한 시간을 위험하게 흘려보낼 사람일테니. 지구의 핏방울로 굳은 루비의 관점에서 우리는 잠시 생명을 가진 덕에 주인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오만한 유기체이며, 대면하는 순간 그것을 잊고 새로운 태양을 바치며 복종할 추종자일 뿐이다.

첨언: 처음에는 〈미얀마 모곡산 루비 & 자각〉으로 송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항적인 개념, 조어는 빼기로 한 편집 방침에 따라 수정하였습니다. 원래 의도하였던 기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구매자에게 반드시 당부하는 게 있다. 보석을 금고 그늘에만 두지 말고 다양한 광원으로 자주 감상하라는 것이다. 수많은 보석 중 루비, 특히 대리암을 모암으로 자란 미얀마 모곡산 최상질의 루비는 햇빛의 비가시광선과 반응하여 숯덩이같은 붉은 빛을 뿜는다. 그런 보석을 심미안의 기준 삼기로 하는 것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태양을 통해 자전을 체감하는, 지구인 각성의 시작이다.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 점은 너무나 강렬하기에 현실에서 뿐만 아니라 때로 꿈 속에서도 유용하다. 괴롭힘 당하는 꿈을 꾸었는데 가해자가 나의 루비를 들고 있었다면, 오히려 그를 중요한 자아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몽환의 풍경 모든 부분에 녹아있는 꿈의 설계자 중 가장 강력한 상징을 받은 자일 터이니.

현란한 인조석의 시대, 생명의 근원에 반응하는 자외선 형광 루비를 판매하는 일은 삶의 여정을 자각하도록 돕는 일이다. 살아있는 불꽃으로 타오를 미얀마 모곡산 루비를 지배하면서도 찬미할 소유자를 찾는 일은 매번 감동적이다. 목적지를 몰라 길을 잃을 수조차 없다는 뭇 인생에 적어도 자기 위치를 붉은 점으로 표시하기로 한 사람일 테니까.

지구의 핏방울로 굳은 루비의 관점에서 우리는 잠시 생명을 가진 덕에 주인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오만한 유기체일 뿐이겠지만.

오성윤. 『SURVEY / 조합들』 luel 126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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